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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오 칼럼

대단한 청첩장 트릭이네. 치킨쿠폰을 주네?

by 모우라고리오 2021.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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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청첩장 트릭이네. 치킨쿠폰을 주네?


10년만에 학교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난 장례식 이후에 처음 받는 메시지. 그간 연락이 없고, 경조사를 묻던 사이도 아니었다.

근데 10년전 대학시절의 기억으로 근근히 기억을 해내는 그런 관계다.

이 형이 갑자기 결혼을 한다면서 내게 온라인 청첩장을 보냈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카톡 메시지가 1개가 아니고 3개였다. 알고보니 치킨 쿠폰을 주더라...

이것이 무슨 뜻일까. 왜 치킨 쿠폰을 줘야했을까. 그렇게 까지 나를 부르고 싶어했을까. 물론 결혼식이라는 것이 일종의 가문들간의 세력싸움이라는 건은 은연중에 인정받는 사실이다. 하객이 많이 와야 그집 가족의 위세를 대충 파악할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이게 그리 인생을 크게 좌지우지하지는 않는것 같다. 그냥 큰 인상을 남기는 것일뿐 아무런 감정의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각설하고, 왜 형은 내게 굳이 치킨 쿠폰을 주면서까지 청첩장을 줬을까. 그냥 넘어가도 될 사이인 나를 왜 굳이 초대하려고 할까.

염치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 근데 나와 그 형 사이의 염치계단이 이렇게 다를지는 몰랐다. 

 


내가 그 형이었으면 아예 초대를 하지 않거나, 정말 전화로 결혼한다고 알리기만 했을 것이다. 더 심각히 상상해보면, '부담갖지 말고 그냥 결혼한다는 것만 알리고 싶었다'라고 말하며 소식을 전했을 것이다.

어차피 그 결혼식에 가서 인살할 사람들이라봤자 10년동안 안 본 사람들이다. 그만큼 서로 관심 밖의 사람들. 근데 내가 왜 그런 사람들과 불편하게 인사를 해야할까.

우리 모두는 일상적인 불편함을 그냥 넘기는 경우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 같은 경우는 그런 포인트에서 담합하지 않는다. 그냥 잘라버린다. 불편한 기류가 흐르는 모임이나 친구들은 굳이 만나지 않고 시간을 쏟지않고 힘을 들이지 ㅇ낳는다. 시간이 정말 금이긴 한데, 그 시간을 금처럼 다룰 능력은 없는것같고, 대신 똥으로 다루진 않을 능력은 타고난 것 같다.

결혼식이 되면초조해진다는 말이 이 형에게 적용된 것일까. 꽤 쿨하게 살던 형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조금은 실망했다. 예전의 멋진 모습이 희석된다랄까. 하긴 내가 뭐 기대치가 높아봤자 어차피 내 인생에 크게 기억될 인상은 아니니까 딱히 생각을 크게 하진 않겠다.

그렇다면 내 미래의 결혼식은 어떠할까. 나는 모셔 올 사람만 모시고 오려고 한다. 그 외엔 굳이 필요없다. 크게 힘주지 않고, 나름 담담하게 하려고 한다. 그럴 기회가 언제 있을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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